요즘 가장 좋아하는 커피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플랫 화이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플랫 화이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올해 6월,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를 갔을 때이다. 그 전까지는 메뉴판에 있는 건 알았지만 마셔보지는 않았다. 날씨가 조금 더웠고, 시원한 라떼를 마실까 하다가 한번 주문해봤다. 그 뒤로 인생커피가 되었다.
플랫 화이트는 라떼는 배가 불러서 부담스럽고 아메리카는 아쉬울 때 딱 좋다. 전에 읽었던 글에 네덜란드에서는 플랫 화이트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만큼 많이 마신다고 한다. 그만큼 베이직한 맛이다. 양이 그리 많지 않다.
손바닥만한 작은 잔에 준다. 아, 플랫 화이트를 마시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카페마다 다양한 모양의 컵을 사용한다. 그래서 식기 보는 맛이 쏠쏠하다. 현재 이 글에 있는 사진들만 봐도 다 다른 가게의 플랫 화이트이다. 컵의 모양이 다 다른 것이 보이는가? 귀엽고 특이한 잔에 담겨서 나온다. 입도 즐겁고 눈도 즐겁다.
라떼와 다른 점은 따뜻한 것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플랫 화이트의 거품 입자가 좀 더 곱고 부드럽다고 한다. 아직 따뜻한 걸로 마실만큼 날씨가 추워지지 않아서 마셔보지는 못했다. 얼른 따뜻한 커피를 찾는 날씨가 왔으면 좋겠다. 또 차이점이 있다면 당연한 소리겠지만 플랫 화이트가 더 진하다. 우유량이 적으니 에스프레소 맛이 더 많이 난다. 좀더 쓰고 원두맛이 잘 느껴진다. 그렇다는 건 좋은 원두를 써야 맛있다는 뜻이겠지. 원두를 구분할 정도로 고급 입은 아니지만 산미가 나는지 안나는지 정도는 느낄 수 있다. 플랫 화이트는 필히 산미가 없는 원두로 내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산미가 나니 커피 전체의 밸런스가 붕괴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요즘 스스로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빨대와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이었다. 둘다 얇은 플라스틱이라 재활용이 잘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테이크아웃할 때는 텀블러를 사용하고, 매장에서 마실 때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플랫 화이트는 잔이 작아서 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함께 주는 스푼으로 휘휘 저어서 잔을 들고 마시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천천히 향을 음미 하며 마시게 된다.
마지막으로 플랫 화이트를 좋아하는 마지막 이유는 남들과 먹는 속도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음료, 물 등을 마시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물 마시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카페에 가면 수다를 떨어서 오래 있을 때는 괜찮지만 금방 먹고 나갈 때는 꼭 반절정도 남기게 된다. 하지만 애초에 양이 적은 플랫 화이트는 내가 먼저 다 먹고 남들을 기다릴 정도이다. 이런 경험이 생각보다 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이때까지 먹어본 플랫 화이트 중 가장 맛있었던 곳은 합성동 노타이틀이었다. 적당히 쓰고 고소한 것이 정말 좋았다. 모든 커피를 진하게 먹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나는 달지 않고 고소한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입맛에 꼭 맞았다. 요즘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행복한 일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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