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자취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에 원룸에서 자취하며 소소하게 느꼈던 것들을 적어 보려고 한다.
지금은 졸업을 했지만 타지역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해서 2년은 자취, 반년은 통학, 1년 반은 기숙사에서 보냈다. 자취는 원룸에서 했다. 1년 계약으로 총 2개의 원룸에서 보냈다.
원룸에서 지내면서 주거환경, 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본가에서 엄마와 살면서 화장실 청소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불효녀라고 욕해도 할 말 없다. 어머니께서는 평생 굉장히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계셨다. 그것을 절실하게 느낀 계기는 바로 자취방 화장실 청소할 때였다.
생각보다 화장실은 쉽게, 빠르게 더러워지는 공간이었다. 본가에 살 때 변기나 세면대에 빨간 물 때가 끼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일주일만 돼도 폼클렌징 찌꺼기, 비누 거품 등으로 인해서 세면대가 금방 더러워졌다. 20년 동안 살면서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께서 항상 깨끗하게 닦고 계셨던 것이다.
경악을 긍치 못한 나는 청소용품을 사기 위해 다이소로 달려갔다. 청소용품 코너로 간 나는 또 한 번 정신이 아득해졌다. 뭘 사야 할지 모르겠더라. 락스에도 종류가 너무 많았다. 물에 희석해서 쓰는 일반적인 락스, 분무기 형태로 뿌리는 락스, 겔 형태로 나오는 락스 등등 욕실 전용, 싱크대 전용 등 사용 용도와 제형이 다양했다. 또 어떤 솔로 닦아야 잘 닦이는지.. 내가 써본 솔은 칫솔과 운동화 빨 때 쓰던 납작한 솔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집에서 본 것 같은 제품을 골랐다. 분무 형태의 곰팡이 전용 락스와 기다란 형태의 솔을 샀다.
첫 자취방은 화장실에 창문이 있었다. 창문이 복도쪽에 나있었는데 다행히 복도에 큰 창문이 있어서 환기가 잘 되는 편이었다. 그래서 환풍기를 돌리지 않고 창문을 열어 두었다. 씻을 때 빼고는 화장실 창문을 열어두고 다녔다. 이 창문 때문에 좀 기분 나쁜 일이 있긴 했지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암튼 창문 덕에 곰팡이가 많이 생기지 않았다.
문제는 두번째 자취방이었다. 가격이 많이 싼 방이었다. 세상의 이치인데, 싼 데는 이유가 있다. 집주인이 입주청소를 해주겠다고 해서 엄마랑 짐을 다 싸들고 들어갔다. 근데 화장실 전체에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었다. 입주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ㅂㄷㅂㄷ) 이미 짐을 다 들고 왔기 때문에 그냥 내가 청소하기로 했다. 첫 곰팡이와의 전쟁이었다.
친오빠가 반지하에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곰팡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반지하에는 절때 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곰팡이가 나에게 이렇게 스트레스를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아무튼 다이소에서 파는 제품 중에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은 겔 형태로 나오는 곰팡이 제거제였다.
이 제품이었다. 밤에 자기 전에 타일 사이사이랑 세면대쪽에 발라두고 아침에 샤워하면서 청소했었다. 좀 심한 곳은 두 번 정도 발라 주니 거의 없어졌다. 분무 형태는 벽에 뿌리면 주르륵 흘러내려서 별 효과가 없었는데 이거는 겔 형태로 딱 붙어서 씻어 내리기 전에는 잘 떨어지지 않았다. 혹 화장실 곰팡이로 고생하고 있다면 한번 써보길 바란다.
또 하나의 꿀팁은 '치약'이다.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 치약으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는 말을 듣고 한번 해봤는데 냄새도 좋고 생각보다 엄청 깨끗이 닦인다. 본가에 오래된 치약들이 많았다. 대부분 선물세트로 들어왔는데, 다 못 쓰고 방치된 것들이었다. 락스 냄새가 싫다면 치약으로 청소해보길 바란다. 정말 잘 닦인다. 치약 하나로 한 5번 정도 청소한 것 같다. (가성비 쩌는 듯..) 아, 거울도 잘 닦인다. 아크릴 수세미에 조금 묻혀서 닦으니까 김도 안서리고 깨끗이 된다.
쓰다보니 좀 길어졌다.. 꿀팁 아닌 꿀팁도 방출한 것 같다. 시리즈가 좀 길어질 것 같은데, 혹 자취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공감이 되길 바라며 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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